새 블로그

여태 블로그를 두 번 운영했다.

고등학교 졸업 직전에 열었던 첫 블로그는 3년쯤 운영하며 글을 백편 넘게 썼다. 처음에는 Typo1라는 소프트웨어로 만들다가 몇 개월 뒤 WordPress로 이전했다.

두번째 블로그는 2010년에 시작해서 7년 동안 글을 약 200편 넘게 썼다. 처음에는 Tumblr로 열었지만 나중에는 정적 블로그 생성기—소프트웨어 엔지니어라면 많이들 한번쯤 만들어 본다는—를 써서 GitHub Pages로 옮겼다.

2017년을 마지막으로 한동안 블로그에 글을 쓰지 않았다. 글을 안 쓰다보니 쓰고 싶은 글도 점점 사라졌고, 글을 어떻게 써야 할 지 막막해졌다. 그래서 독후감이라도 쓰자고 다짐한 게 지난해 봄이다. 독후감을 써 보니 다시 블로그도 하고 싶어졌는데, 있던 블로그는 어쩐지 먼지가 쌓인 느낌이 들고 손이 안 갔다. 예전에 썼던 글도 마음에 안 드는 게 많았다. 여러 생각이 크게 바뀌었기 때문에, 글을 조금 손보는 걸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실은 파일 하나짜리 Python 스크립트로 직접 만들었던 정적 블로그 생성기도 영 마음에 안 들던 참이었다. 한편, 그 사이 나는 거의 모든 사적 기록에 국한문을 쓰게 되었고, 블로그도 적어도 원고만은 국한문으로 적고 싶었다. 마침 국한문으로 원고를 쓰면 한글 전용으로 출판할 수 있게 도와주는 소프트웨어인 선비도 만들어 뒀었다. 그래서 그냥 세번째 블로그를 새로 만들기로 했다.2

처음에는 GitHub Pages에서 아무 설치 없이 쓸 수 있는 Jekyll로 블로그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 구성으로는 선비를 활용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밖에 다른 정적 블로그 생성기들을 써보느라 한두 달을 보냈던 것 같다. 서베이 끝에 깨달은 것은, 내가 바라는 요구사항의 많은 것들이 그다지 합리적이지 않기에 일반적으로는 요구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21세기 한국, 어느 누가 국한문으로 원고를 쓰고 또 그걸 다시 한글 전용으로 출판하고 싶어할까.

결국 이런저런 핑계로 또다시 직지라는 정적 블로그 생성기를 만들게 됐다. 새로운 플랫폼도 배울 겸 Deno를 썼는데, 꽤 마음에 들어서 앞으로 Python 대신 Deno를 많이 활용하려고 한다. 다 만들고 보니 역시나 벌써부터 마음에 안 들어서 큰일이지만, 그래도 블로그를 2021년이 가기 전에는 시작하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아무튼 모처럼 블로그를 새로 만들었으니 이제 글도 다시 꾸준히 써보려고 한다.


  1. 당시 유행하던 Ruby on Rails로 만들어진 블로깅 소프트웨어. 이제는 Publify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

  2. 블로그를 세 차례나 옮겨다녔지만 퍼머링크는 유지하려 노력했다. 첫 블로그도 두번째 블로그도 업데이트만 멈출 뿐 아카이브로는 남기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