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우주와 함께 한 2025년
작년에도 〈연합우주와 함께 한 일년〉이라는 제목의 글을 썼는데, 올해도 비슷한 주제로 글을 또 쓰게 되었다. 아무래도 전업으로 연합우주1와 관련된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게 되었다 보니, 이 일을 하는 동안에는 매년 이런 글을 쓰게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Thinking Penguin Magazine Vol.0》
일본의 연합우주 개발자 모임인 FediLUG에서 처음으로 펴낸 동인 잡지인 《Thinking Penguin Magazine Vol.0》에 미력하나마 기고를 하게 되었다. 내가 쓴 원고는 〈국한문 혼용체에서 Hollo까지〉(国漢文混用体からHolloまで)라는 기사로, 내가 어떻게 해서 Fedify2와 Hollo3를 만들게 되었는지를 다뤘다. 이 잡지는 제11회 기술서동인지박람회에도 출품되었다고 하는데, 나는 여유가 없어서 직접 관람은 하지 못했지만, 출품에 참여한 것만으로도 귀중한 경험이 되었다.
BotKit
올해 초에는 Fedify를 기반으로 해서 BotKit이라는 ActivityPub 봇 프레임워크를 만들었다. 맨 처음에는 뭔가 연합우주 봇 계정을 만들고 싶었던 것 같은데, 정작 그게 뭐였는지는 이제 기억이 안 난다.
하여간, BotKit은 Mastodon이나 Misskey 같은 ActivityPub 서버에 계정을 만들어서 Mastodon API 또는 Misskey API를 이용해 해당 계정에 게시물을 올리는 방식의 한계를 느끼고 시작하게 된 프로젝트로서, BotKit 앱 자체가 하나의 ActivityPub 서버로 역할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러한 구조 덕에 게시물의 최대 문자수라든가 레이트 리미트(rate limit) 같은 여러 제약에서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만들어서 공개한 뒤로 BotKit으로 만들어진 몇몇 연합우주 봇들이 생겨나기도 했지만, 실은 아직 그렇게 많이 쓰이고 있지는 않다.
Hackers’ Pub
Hackers’ Pub이라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을 위한 ActivityPub 기반의 초대제 커뮤니티를 작년 말에 만들었는데, 올해 들어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정말 다양한 소프트웨어 개발자 분들과 교류할 기회가 생겼다. 특히, 이재열 님께서 열정적으로 Hackers’ Pub을 홍보해 주신 덕분에 많은 분들이 Hackers’ Pub에 오시게 되었다.
여름에는 디자이너 박은지 님께 Hackers’ Pub의 비주얼 아이덴티티를 의뢰하여
아주 귀여운 고양이 로고가 탄생하게 되었다. 이 고양이는 다행스럽게도
Hackers’ Pub에 계신 많은 분들께 사랑 받고 펍냥이
라는 애칭까지 얻게
되었다. 펍냥이 디자인을 활용하여 티셔츠나 스티커도 제작했는데, 사람들 반응이
아주 좋아서 기뻤다.
혹시 이 글을 읽고 Hackers’ Pub에 흥미가 생기신 분이 있다면, 초대해 드릴 수 있으니 개인적으로 연락 주시기 바란다.
《소프트웨어 세션》 (Software Sessions) 출연
올해 봄에는 좋은 기회로 Jeremy Jung 씨가 호스트하는 《소프트웨어 세션》(Software Sessions) 인터넷 라디오에 출연하여 ActivityPub과 Fedify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었다: 〈홍민희의 ActivityPub 이야기〉(Hong Minhee on ActivityPub). 다만 영어로 진행된 탓에, 크게 긴장하여 횡설수설한 것이 후회로 남는다. 영어 회화를 많이 연습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생각만 하고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우리의 코드를 찾아서》 출연
난생 처음으로 YouTube에도 출연하기도 했다. 박현우 님께서 운영하시는 하루개발 채널의 《우리의 코드를 찾아서》 시리즈에 〈민희 님과 Fedify & Hollo 알아보기〉편으로 나오게 된 것이다. 어떻게 Fedify와 Hollo를 만들게 되었는지, 그 탄생 비화를 편한 분위기에서 풀어낼 수 있었다.
오픈 소스 컨트리뷰션 아카데미 (OSSCA)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산하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통합 지원 센터(Open UP)에서 주최하는 오픈 소스 컨트리뷰션 아카데미(이하 OSSCA) 2025년도 참여형 프로젝트로 Fedify가 선정되었다. 이를 계기로 정말 다양한 훌륭한 컨트리뷰터 분들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총 90명이 넘는 분들이 지원을 해 주셨고, 그 중에서 20여명의 분들과 함께 Fedify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다.
실제로 Fedify 1.8 및 Fedify 1.9는 OSSCA를 통해 만난 컨트리뷰터 분들이 아니었다면 릴리스할 수 없었을 정도로 많은 기여를 해 주셨다.
특히, 권지원 님, 김현서 님, 이재열 님, 이찬행 님4께서는 OSSCA 기간이 끝난 뒤에도 지속적으로 Fedify에 기여를 해 주시고 있으셔서 정말 마음이 든든하다. 이 인연으로 11월에는 다 같이 후쿠오카에 여행을 가기도 했다.
Fedify 투자 유치
작년 여름 Ghost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고 한동안 전업으로 Fedify 프로젝트에 전념할 수 있었는데, 그것도 올해 일분기 때 마무리가 되면서 백수 처지가 되었다. 새로운 자금원을 찾기 위해 올해 봄에 NLnet에 지원서를 냈지만 아쉽게도 떨어졌고, 취직하는 것까지 생각하던 차에 다행스럽게도 지원했던 STF에 냈던 지원서가 통과하게 되었다. 오히려 NLnet에서 받을 수 있는 투자금보다 훨씬 더 넉넉한 금액을 투자 받을 수 있게 되었으니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이에 관해서는 〈STF의 Fedify 투자〉라는 글에서 자세히 썼다.
하여간, 감사하게도 앞으로 일년간 전업으로 Fedify 프로젝트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각종 발표
올해는 여러 모임이나 컨퍼런스에서 발표를 할 기회가 많았다.
올해 처음으로 한 발표는 4월 초에 개최된 제8회 FediLUG 면강회5에서 한 것인데, 앞서 언급한 《Thinking Penguin Magazine Vol.0》에 기고한 기사 〈국한문 혼용체에서 Hollo까지〉(国漢文混用体からHolloまで)와 같은 제목으로 발표했다. 내용은 기사와 대동소이하다. 일본에 갈 여유가 없어서 발표 자체는 온라인으로 진행하였다.
그 다음으로 한 발표도 일본에서 한 것으로, 8월 초 OSC 2025 교토에서 개최되었던 《연합우주 만들기—개발자·관리자들의 현장에서》(Fediverseのつくりかた 〜開発者・管理者たちの現場から〜) 세미나에서 〈BotKit by Fedify: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ActivityPub 봇〉(BotKit by Fedify:誰でも簡単に作れるActivityPubボット)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이 때도 교토까지 갈 여유가 없어서 온라인으로 참여했다.
가을에는 올해 첫 개최인 한국의 자유·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컨퍼런스 FOSS for All 컨퍼런스 2025에서〈야크 셰이빙: 새로운 오픈 소스의 원동력〉이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게 되었다. 이 발표는 일본에서 했던 발표인 〈국한문 혼용체에서 Hollo까지〉를 바탕으로 내가 만든 오픈 소스 프로젝트 중에 연합우주와 관련 없는 것들까지 함께 다룬 것이다.
겨울에는 함수형 프로그래밍 컨퍼런스인 liftIO 2025에서 〈Optique: TypeScript의 타입 추론으로 CLI 유효성 검사를 대체하기〉라는 발표를 했다. 올해 내가 한 발표 중에서는 유일하게 연합우주와 관련이 없는 발표였다.
일년을 마무리하며
별로 한 게 없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정리해 보니 의외로 이것저것 한 게 많은 한 해였다. STF로부터의 투자는 내년 말까지니, 아마도 내년에도 Fedify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연합우주와 관련된 많은 활동을 이어가게 될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ActivityPub 및 연합우주의 입지가—X가 Elon Musk의 손아귀에 넘어갔음에도—아직 공고하지 못하다는 게 걱정인데, 내년에는 상황이 좀 더 나아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