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을 마무리하며
작년말에도 비슷한 얘기를 했는데 올해에도 또 블로그에 쓴 글이 없다. 그래서 뭐라도 써야겠다 싶어서 올해 내게 있었던 큰 일들을 적어볼까 한다.
부친 별세
지난해에는 강아지 밍키와 어머니를 떠나 보냈는데, 올해 9월에는 아버지마저 돌아가셨다. 추석 연휴 직전이었다. 직접적인 사인은 췌장암이었지만, 어머니가 떠난 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셨던 탓이 아닐까 짐작만 할 뿐이다.
몇 개월간의 간병을 통해 죽음은 인간의 존엄을 위한 하나의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아버지는 격통에 시달리느라 몇 달을 내리 죽음만을 갈구하셨는데, 옆에서 해드릴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임종의 순간, 나는 되려 안도할 정도였다. 이제야 겨우 편히 쉬시겠구나 해서.
우울증 약을 먹어서일까, 다행히 어머니 때만큼 힘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약간의 무기력은 여전하다.
퇴사
아버지가 췌장암 진단을 받은 즉시 휴직을 했다. 동생과 함께 간병을 했는데 일을 병행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다행히 회사에서 가족 돌봄 휴직 제도가 있어서 최장 3개월까지 간병에 전념할 수 있었지만, 아버지의 투병이 길어지면서 회사에 폐를 끼치고 싶지 않은 마음 반, 어차피 돌아가도 한동안 일을 할 수 있을 마음 상태가 아닐 거라는 생각 반으로 퇴사를 결심했다.
현재는 아버지의 사후 신변 정리를 하느라 다시 일을 알아보진 않고 있다. 실은 다시 일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유산 정리
아버지는 온실 하우스와 농사 짓던 땅,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집,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담보로 걸어둔 대출을 남기고 떠나셨는데, 요즘엔 이것들을 정리하느라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버지가 어머니와 함께 살던 집은 나와 동생도 독립하기 전까지 오래 지냈던 곳이라 팔아 넘기고 싶지 않기 때문에 부단히 애를 쓰고 있다. 그 집에는 동생이 들어와 살기로 했고, 아마도 나와 동생의 상처가 아물 때까지는 자리를 지킬 것 같다.
땅을 일부 팔아 대출을 갚으려고 하는데, 젊은 형제 둘만 남았다고 벌써부터 벌레가 꼬여 골치가 아프다. 인간 불신이 생길 지경이다.
2024년을 앞두며
아주 솔직히 적자면 나는 살면서 가장 힘든 한때를 보내고 있다. 틈틈히 시간을 내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해보고 있지만 능률도 많이 떨어졌고 무기력 탓에 애초에 만들고 싶은 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살면서 언제나 만들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시간과 기력이 부족한 게 한이었던 터라, 스스로의 이런 상태에 적잖게 당황하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을 극복(克復)하는 것이 내년의 과제일 것이다.